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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어라, 나 독일인 되어 가고있는데? 느끼는 순간들
    독일에서 살아남기 2025. 9. 7. 10:55





    점점 어? 나 독일인이랑 비슷해지고 있는 거 같은데? 안돼 시발… 하는 순간들이 있다.

    여름 주말엔 바베큐

    독일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최대한 여름을 즐긴다. 봄·가을·겨울에 못 본 해를 여름에 몰아서 맛보는 것이다. 강이나 호수 어디서든 볕이 잘 드는 자리에 돗자리 펴고, 비키니 입고 누워 광합성하는 풍경은 일상이다. 피크닉에 음식이 빠질 수 없다. 바베큐 존은 연기로 자욱하고, 다들 그릴 앞에서 진지하게 고기를 굽는다.

    독일에 막 왔을 땐 회사 옆 정원에서 다 같이 점심 바베큐를 해먹곤 했다. 그러다 친구가 바베큐 그릴을 사면서 나도 점점 장비를 갖춘 그릴러가 되어갔다. 숯도 사고, 꼬지도 사고… 어느 순간 고기 한 입 베어물며 “아 개맛있다” 하고 감탄했다. 그리고 곧 깨달았다. 아, 그래서 독일 애들이 주말마다 그릴하는구나.

    너가 하는 운동은 뭐야?

    여기서는 다들 하나쯤은 전용 장비까지 풀세팅하는 운동이 있다. 초등학생들이 드는 축구 클럽도 엄격해서, 소홀히 하면 제명당한다고 들었다. 선수도 아닌데. 요즘 핫한 건 보더링. 태권도장도 꽤 많다.

    이탈리아에선 운동에 이렇게까지 진심이 아니었다. (그들은 음식과 음주에 더 진심이었다.) 같은 유럽이니 비슷할 거라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. 등산은 말할 것도 없다. 산을 점령이라도 하듯 아침 일찍 올라가서 해 뜨기 전에 하산, 집에 와서 아침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. 자전거도 고급 장비를 장만해 오래 쓰는 게 기본. 어느 날 비싼 수영복을 고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을 때 속으로 중얼거렸다. 오 쒯, 나 독일인 되고 있네.

    투덜투덜 투덜이

    불평불만이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것도 독일화의 징조다. 이탈리아 시절에는 웬만하면 “뭐 어때” 하고 넘어갔다. 그런데 지금은 작은 불편에도 투덜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.

    최근엔 키오스크에서 작은 사건도 있었다. 1유로짜리 두 개 달라 했는데, 아줌마가 2유로짜리 하나를 주더니 내가 아니라고 하니까 한숨을 푹 쉬는 거다. 예전 같으면 그냥 받아들였을 텐데, 이번엔 내가 동전을 탁 내려놓고 한숨을 푹 쉬며 나왔다. 독일식 맞불 한숨. 소심한 나에게는 꽤 큰 발전이었다.

     

     

    점심부터 라들러를 마시는 나, 주기적으로 케밥과 커리부어스트를 찾는 나, 거친 호밀빵의 맛에 괜히 감동하는 나.

    심지어 당근 요리를 검색하다가 무심코 Karrot라고 써버린 내 손가락을 보고 스스로 경악했다. 병가도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쓰는 걸 보면, 이건 확실히 배운 게 맞다.

    나는 늘 독일을 못마땅해한다고 생각했는데, 이렇게 변해가는 걸 보면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. 여전히 아페리티보를 좋아하고, 겨울마다 이탈리아식 진득한 핫초콜렛을 그리워하는걸 보면 말이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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